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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고니 시인 / 지옥에서 만난

by 파스칼바이런 2020. 2. 19.

김고니 시인 / 지옥에서 만난

 

 

개의 머리는 세 개의 고통을 울고 있다

 

배가 터질 듯 입을 놀려대는 머리,

목구멍으로 삼켜지는 것들은 불덩이처럼 뜨겁다

가시에 쌓여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삼킬 수 없으면 빼앗겨 버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머리는 쉬지 않고 짖어댄다

다른 머리가 삼켜버린 것들을 갖지 못해

미칠 듯이 화가 나있다

개의 울음소리로 뜨거워지는,

지옥의 하늘이 붉다

 

나머지 머리는 배가 고팠다

소리 내어 짖을 수도 없고,

내 것을 꿈꿀 수도 없어

불타는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배가 고파진 머리는 멍한 눈으로

다른 머리들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머리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죽음이 다가와 미소를 짓는다

하루가 지나갔다

개의 머리는 다시 세 개

죽음이 선물한 탄생이다

 

지옥은 같은 고통이 반복되는 게임,

또 하루가 지나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1월호 발표

 

 


 

김고니 시인

2016년 월간 《see》  추천 시인상을 등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달의 발자국』, 『냉장고를 먹는 기린』 ,『팔랑』과 공저 『첫눈 오는 날』이 있음. 2017년, 2019년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서울시인협회, 강원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