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시인 / 별 -1-
홀로 밤을 지켜 바라던 꿈도 잊고 그윽한 이 우주(宇宙)를 가만히 엿보고 빛나는 별을 더불어 가슴 속을 밝힌다
가람시조집, 문장사, 1939
이병기 시인 / 별 -2-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西山)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듯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작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가람시조집, 문장사, 1939
이병기 시인 / 보리
눈 눈 싸락눈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눈
연일 그 추위에 몹시 볶이던 보리 그 참한 포근한 속의 문득 숨을 눅여 강보에 싸인 어린애마냥 고이고이 자라노니
눈 눈 눈이 아니라 보리가 쏟아진다고 나는 홀로 춤을 추오
가람문선, 신구문화사, 1966
이병기 시인 / 봄 2
봄날 궁궐(宮闕)안은 고요도 고요하다 어원(御苑) 넓은 언덕 버들은 푸르르고 소복(素服)한 궁인(宮人)은 홀로 하염없이 거닐어라
썩은 고목 아래 전각(殿閣)은 비어 있고 파란 못물 우에 비오리 한 자웅(雌雄)이 온종일 서로 따르며 한가로이 떠돈다
가람문선, 신구문화사,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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