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순 시인 / 구름
흘러가는 구름 따라가던 나의 눈 자취 없이 스스로 사라지는 피녀(彼女)의 환멸(幻滅) 보는 순간(瞬間)에 슬며시 풀어지며 무심(無心)히 픽 웃고 잇대어 눈물 짓다…….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시인 / 나와 시(詩)와 담배
나와 시(詩)와 담배는 이음(異音) 동곡(同曲)의 삼위일체(三位一體)
나와 내 시혼(詩魂)은 곤곤(滾滾)히 샘솟는 연기
끝없는 곡선(曲線)의 선율(旋律)을 타고 영원(永遠)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刻刻) 물들어 스며든다.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시인 / 나의 스케치
나의 귀는 소라인양 항상(恒常) 파도(波濤)소리의 그윽한 여운(餘韻)을 못 잊고
나의 눈은 올빼미인양 고동(鼓動)하는 밤의 심장(心臟)을 노린다.
나의 코는 사냥개마냥 사향(麝香)의 지나간 자취를 따라 심산(深山)과 유곡(幽谷)을 더듬어 헤매이고
나의 입은 거북마냥 담배연기 안개를 피워 일체(一切)의 잡음(雜音)과 부조리(不條理)와 일체(一切)의 중압(重壓)과 불여의(不如意)를 가슴 깊이 안은 채
나와 나 아닌 것의 위치(位置)와 거리(距離)와 간극(間隙)을 자유(自由)로 도회(蹈晦)하고 조절(調節)하여 하나의 조화(調和)의 세계(世界)를 창조(創造)하여 그 제호미에 잠긴다.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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