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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수경 시인 / 지연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2.

정수경 시인 / 지연

 

 

타일의 의지 같았다

 

옷자락을 뒤에서 잡는 일은 사람의 일 같아서 눈을 깜박거렸다 당겨주는 시선이 없어 타일은

 

사슴의 목덜미를 오래도록 물고만 있었다 죽음을 4초에 한 번씩 털어냈고 사슴은 서서히 타일의 시간과 겹치기 시작했다

 

약을 먹어도 나무는 진초록이 되지 않았고 일몰은 늦춰지지 않았다 틈은 좁혀질 생각이 없었으므로

 

배관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실금을 냈고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만 흘렀다 누수는 오래도록 보이지 않았고

타일 밑에서의 일이었다

 

층계에는 금이 간 타일이 쌓여 있다 마치 지연에 관한 초록(抄錄) 같았다

 

사물들은 각자의 성향을 연기시키고 있었고 그건 타일의 속성과는 다른 의미였다 나는 좀 더 늙어가고 있었다

 

새는 걸 막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의지와는 다르게

 

 


 

정수경 시인

전남 보성에서 출생. 웹진 『시인광장』 제9회 신인상을 톰해 등단.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재학 중. 사)한국문인협회 시흥지부 회원, 시향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