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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시인 / 정황
키가 큰 의자와 작은 해바라기와 해바라기 아래 앉아 있는 그와 의자를 머리 위로 들고 누워있는 해바라기를 세운다고 공간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해바라기는 덩굴성 식물이 아니지만 전화를 걸면 공간은 재생된다
크기가 전혀 다른 의자 사이로 해바라기가 걸어 들어가고 세워지는 것과 파고드는 것 사이에서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벌어진 사이는 말들로 메워지고
어떤 정황은 당황한다
햄스터는 연신 허공을 밟아대고 그는 누군가에게 파고들고 싶어 했다
그와 의자 사이에는 닫혔다 열리는 공간이 있었고 전화벨은 해바라기 사이로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다
그를 공간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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