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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남 시인 / 봄과 폐차장
이 차로 뭘 할까 아무도 타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버렸을까요 볕이 따뜻합니다 이 차는 누가 버렸을까요 볕이 따뜻합니다 도로에는 나 갈 수 없습니다 번호판이 없는 폐차장 안을 돌지요 끌고 가고 끌려가고 있어요 뒷바퀴가 앞바퀴를 따르기도 하고 앞바퀴가 뒷바퀴를 따르기도 합니다
먼저 온 봄이 바퀴도 시트도 없는 봄이 켜켜히 타고 있습니다 스프링 하나가 밖으로 슬며 손목을 내밉니다. 박스 하나가 구르고 봄은 바람이 되어 폐차장부터 고개를 내밉니다. 봄은 이곳도 들락거려요
폐차장이 따라 갑니다 납작해진 박스가 햇살을 따라 갑니다 봄도 실려 가고 납작해진 봄을 집어 올립니다 지게차가 갑니다 가위손을 싣고 있군요 압착기기를 통과한 봄을 지게차가 싣고 갑니다 폐차장으로 오는 봄은 문 열어주는 이 없는 봄은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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