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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시인 / 황사(黃砂)바람
백지(白紙) 위에 만년필의 갈증이 일어 밤새 넘쳐오는 목마름의 길목을 조이더니 사해(四海) 바다 건너
황하(黃河) 강변 모래 바람 날 흐리게 불어 보오얀 산그리매를 우이동(牛耳洞) 큰 바위산 너머로 떠메어 가고
깊은 갈증의 밤을 만년필에 맑은 물처럼 담으면 사그럭 거리는 모래 소리에
이 한낮 황사바람이 창문을 때리니, 해말간 살결을 잔잔한 햇빛 속에 잠그면 거대한 강물이 소리없이 흐른다.
황사바람, 열화당, 1976
최동호 시인 / 흐르는 사람
나는 나무처럼 서 있는데 바람이 나를 불어 갈리야.
무수한 빈 손들이 도회의 지붕 위를 걸어가다가 흐르는 가로수를 흔들고 있을리야.
외로운 마음이 바람을 굴리며 흐르는데 슬픔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가며 나를 찾아낼리야.
달아오는 남도(南道) 길은 가슴 속 불볕을 헤치고 가는데 황토(黃土) 흙먼지 내 영혼을 날리고 있을리야.
나는 숨어 있는데 바람은 흐르는데 누가 나를 손들어 찾을 수 있을리야.
무수한 빈손들이 돌아와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손짓을 하며 도회의 지붕 위를 걸을 수 있을리야.
나무 잎파리 바람에 흐르듯 날리는 자가 누구냐. 모든 도회(都會)의 지붕 위에 비가 내리는데
아니오, 나무가 말할리야 아니오, 바람이 말할리야 아니오, 아니오 슬픈 사람이 지나갈리야.
황사바람, 열화당,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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