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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형철 시인 / 겨울 호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0.

황형철 시인 / 겨울 호수

 

 

  무심코 던진 돌을 온몸으로 받아내더니 겨우내 어느 슬픔이 누워 있는 것일까

  무덤처럼 굳게 닫아버린 단호한 평면

 

  물결만 어루만지다 돌아선 날들이 있었으니

  빈 나뭇가지로 그늘을 만들고자 수런거리던 때가 있었으니

  이제 몸속의 격렬한 음(音)들은 말라가고

  그 내력 곁에서 한참을 바람만이 울어주고 있다

  새봄은 다시 올 것인가

  파문처럼 얼음 위로 햇살이 번지고

  나는 새도 없는 호수를 외따롭게 바라보는 저물녘

 

웹진 『시인광장』2008년 가을호 발표

 

 


 

 

황형철 시인 / 슬며시

 -詩集

 

 

  몸속에 무수히 많은 뼈를 간직한 채 태연히 번듯하다

 

  얇게 저민 살들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한껏 빨아들여

 

  내 무른 뼈에 주유하면

 

  온 몸에 퍼지는 수액

 

  난분분 행방 알 길이 없던

 

  탁발 떠난 말들이 돌아와 뿌리를 내리고

 

  이내 가슴에 자리자리한 통증

 

  슬며시, 슬며시 연푸른 잎맥이 돋아나

 

웹진 『시인광장』2008년 가을호 발표

 

 


 

황형철 시인

1975년 출생이다.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의 당선, 계간 [시평]을 통해 등단했다. 현재 계간 『시와사람』 편집장과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광주MBC에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