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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곽효환 시인 / 야스나야폴랴나에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0.

곽효환 시인 / 야스나야폴랴나에서

 

 

  모스크바 남쪽에서 울퉁불퉁한 도로를 내달리기 4시간 여, 드넓은 평원에 펼쳐진 신령스런 하얀 얼굴을 한 자작나무 숲이 끝날 것 같지 않게 펼쳐지다 툴라에서 멀지 않은 어딘가에 그가 있습니다. 레프 니콜라비예치 톨스토이와 그의 가문이 대대손손 나고 자라고 묻힌 영지 야스나야폴랴나. 그림처럼 펼쳐진 호수가 있고 울울창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난 숲길 속에 2층짜리 흰색 목조건물. 이곳에서 톨스토이는 매일 오전엔 글을 쓰고 오후엔 마을 사람들과 밭을 갈며 땀 흘려 일을 했습니다. 13남매의 아버지였고 마을 인근 아이들이 모조리 그를 닮았다던 거구의 정력가는 지독한 원시라서 어린 아이의 의자에 앉아 글을 썼다지요. 62세에 말 타기를 배웠고 13국어에 능통했지만 80세가 넘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평생 5만 통의 편지를 받고 절반 이상의 답장을 손수 쓴 이 글쟁이의 꿈은 이상사회. 평소 생각대로 농노에게 재산을 나누어주는 문제로 평생을 자신의 글쓰기에 헌신한 아내 소피아와는 다투고 가출한 뒤 객사한 그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내와의 면회를 거절했다네요. 그의 유언은 가장 사랑했던 형 알렉세이가 유년에 들려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없애는 비법을 담은 마법의 지팡이를 숨겨 두었다는 계곡에 묻어 달라는 것이었다네요. 오늘 그는 비석하나 없는 소박한 장방형 무덤에서 맨얼굴로 사람들을 맞고 있습니다.

 

  그는 지팡이를 찾았을까요.

  형을 만나 세상은 고뇌와 고통뿐인 고해의 바다였노라고 말했을까요.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가을호 발표

 

 


 

 

곽효환 시인 / 10의 아이들

 

 

10의 아이들 혹은

그의 새끼들

9, 8, 7, 6, 5, 4, 3, 2, 1, 0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가을호 발표

 

 


 

곽효환(郭孝桓) 시인

1967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 건국대학교와 同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음. 1996년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인디오 여인』 등이 있음. 현재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