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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 시인 / 오랑캐꽃 6
강물이 저문 강물이 내게 일러준다
일그러진 이름일랑 물거품에 실어 보내고, 서울이 가르쳐준 모든 것을 이젠 모래톱에 묻어버리라고,
강물이 저문 강물이 내게 일러준다
삐비꽃 팰 무렵 둑길에 서서 두 팔로 안아보던 만경(萬頃)벌 논 내음새 꿈엔듯 스며드는 바람을 찾아가라고, 찾아가라고 강물이 저문 강물이 내게 일러준다
살결에 찍힌 수없는 발자욱의 메이드 인 U.S.A. 슬픔도 땀방울도 다 한데 모아 쓰레기통에 불태우라고 내던져버리라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창작과비평사, 1981
이가림 시인 / 오랑캐꽃 7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먼지의 도시로 간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창작과비평사, 1981
이가림 시인 / 오랑캐꽃 10
밤으로 빠져 나온 곳 이끌리어, 다시 이끌리어 예까지 몰래 왔다
범인이 현장에 다시 찾아가듯 지금 갈꽃 날리는 방죽가에 돌아와 숨어서 바라본다 엎드린 게딱지 지붕들의 촉수 낮은 불빛을
성큼 들어서지 못하고 문 밖에서만 엿보는 마당 퀴퀴한 청국장이라도 끓이고 있는가 어둑한 부엌에서 새어 나오는 어머니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나는 돌아가야 한다 부서진 얼굴을 감추고 돌아가야 한다 저 번쩍이는 도시의 수렁 속으로 밤 속으로
순간의 거울, 창작과비평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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