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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시인 / 폐차장 1
산에 가 붙들리고 싶다. 너의 어깨 위로 너의 모자 그늘 아래로 산이 멀리 있다.
우리가 다툰 지도 오래 되었다. 우리의 욕망이 서로 높아가는 만큼 산은 저렇듯 낮고낮다. 그러나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은 여전히 내려오지 않고.
우리는 욕망의 기름 덮인 검은 흙 위에 앉거나 기름으로 탄 쇳조각 더미에 기대어 일어나며 늘 서로 조금씩 달아나면서 주검으로나마 저 산에 갈 수 있을지 서로 지쳐 묻는다.
측백나무 울타리, 문학과지성사, 1992
이하석 시인 / 폐차장
폐차장의 여기저기 풀죽은 쇠들 녹슬어 있고, 마른 풀들 그것들 묻을 듯이 덮여 있다. 몇 그루 잎 떨군 나무들 날카로운 가지로 하늘 할퀴다 녹슨 쇠에 닿아 부르르 떤다. 눈 비 속 녹물들은 흘러내린다, 돌들과 흙들, 풀들을 물들이면서. 한밤에 부딪치는 쇠들을 무마시키며, 녹물들은 숨기지도 않고 구석진 곳에서 드러나며 번져나간다. 차 속에 몸을 숨기며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바지에도 붉게 묻으며.
나사들은 차체에서 빠져나와 이리저리 떠돌다가 땅 속으로 기어든다, 희고 섬세한 나무 뿌리에도 깃들며. 나무들은 잔뿌리가 감싸는 나사들을 썩히며 부들부들 떤다. 타이어 조각들과 못들, 유리 부스러기와 페인트 껍질들도 더러 폐차장을 빠져나와 떠돌기도 하고 또는 흙속으로 숨어든다. 풀들의 뿌리 밑 물기에도 젖으며, 흙이 되고 더러는 독이 되어 풀들을 더 넓게 무성하게 확장시킨다.
투명한 속, 문학과지성사, 1980
이하석 시인 / 핀 1
돌멩이들에 걷어채여, 핀은 어깨와 손이 상했다. 풀들을 찢으며 꽃의 눈을 찌르며 신문지 조각들을 땅에 박아 놓으며, 핀은 어깨와 손뿐인 몸으로 길고 오랜 여행을 했다. 돌 틈에 누워 핀은 이제 아무 데도 걸림 없이 땅 속에 기어든다, 녹의 껍질이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전송하며, 그 자신이 땅의 껍질이 되어, 이제는 무엇을 찔러 고정시켜 놓을 일도 까닭도 없이. 돌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핀은 막연하게 빈 얼굴로 밖을 내다본다.
투명한 속, 문학과지성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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