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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시인 / 군중 - 도쿄통신 5
군중들이 빙하처럼 쓸려 나오는 지하철 통로를 바라보다 멀미가 날 뻔 했다. 떼를 지어 아침 저녁을 이동하는 게 무슨 황인종들의 특권도 아니고... 쓸려나오는 빙하를 보며 오늘도 슬펐다. 황인종들은 바보다. 많이 뛰고 말 잘 듣고...모두다 빙하가 가르쳐 준 것이다.
화형을 당하더라도 사랑이 식는 다는 걸 인정한 백인 놈들은 빙하에 갇힌 기포처럼 살지 않는다. 얼음알갱이를 시로 쓰지 않는다. 그들이 빙하처럼 쓸려가는 곳은 아침 저녁 출근길이 아니고 축구장이다.
동북아시아의 지하철 출구를 바라다보며 내가 외웠던 서양시인들의 시를 다 토해내고 싶었다. 니들이 빙하를 알아. 빙하속에 갇혀버린 기포가 되어 봤어.
아주 자연스럽게 외출시간과 삶의 목표가 정해진다. 빙하를 피할 것. 빙하를 만나거든 집으로 돌아 갈 것. 빙하에 쓸려가지 않는 삶의 조건을 만들 것.
난 시청 앞 광장이 늘 끔찍했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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