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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진 시인 / 칼
그는 지금 몸을 씻는다 생선의 상심한 마음과 부릅뜬 기억이 그를 비린내로 뒤덮었으므로 그분의 다음 말씀을 따르기 위해선 수도꼭지 아래서 세례수를 맞아야 한다 그가 잠시 건조대에 눕는 사이 파와 마늘들도 세례를 받는다 흙 묻은 영혼이나 매서운 본성으로는 방주에 실려 제단에까지 오를 수 없다 쓰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는 희생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분의 뜻을 받드는 使徒로서 모두가 꺼리는 일을 도맡은 것이다 우직하나 겁이 많은 도마는 속죄양의 피만 봐도 질끈 눈감고 등을 돌려 버리므로 그가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오래도록 그분의 뜻을 따르다 보니 그는 처음만큼 예리하지는 못하나 날카로운 몸매와 실력은 여전하다 그것들이 간혹 의욕에 넘쳐 그분의 뜻을 거스른 적도 있다 이제 그는 오랜 수행 덕에 누구를 만나도 목탁소리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말에 익숙한 저녁 순례객들은 벌써부터 얼큰한 군침을 삼킨다
웹진『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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