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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근화 시인 / 골목길에서 중요한 것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7.

이근화 시인 / 골목길에서 중요한 것

 

 

  나는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겠지만

  미용실은 늦게까지 퍼머를 말고

  늦게까지 삼겹살을 굽는 집은 대낮 같이 환하고

  옷가게는 헌옷가게

  먼지도 옷의 일부가 되어 가는데

  나는 길을 잃지 않고

  신발 가게에는

  높은 굽 낮은 굽 나란히 새 신발이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요이 땅 자세로

  창문을 뚫을 듯이 빛난다

 

  다른 정거장에 도착하고

  간단히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e편한 세탁소

  거성 피아노

  새서울 부동산이 차례대로 밟힌다

  내 깡패 친구는

  열심히 운동하여

  용인대에 들어갔다

  태권도를 가르쳐 떼돈을 벌었을까 궁금하고

  나는 영어도 발레도 수학도 못하고

  산책을 한다

  빙글빙글 돌다가

  지쳐 돌아온다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자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 때문에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이근화 시인

1976년 서울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4년 《현대문학》에 〈칸트의 동물원〉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민음사, 2006)이 있음. 현재 〈천몽〉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