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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시인 / 석유야 석유야
백악기 양치류 숲속 호수에 몸을 던진 한 여자 물들지 않는 사랑의 약속 그냥 믿었던 여자 불덩이의 마음 숯덩이의 마음 쩍쩍 갈라져 썩지 못할 쓸쓸함으로 죽어 견딘 그 여자 백만 번째 보름달 떠올라 백만 번째 쓸쓸한 저녁 한 그림자 찾아와 떨구고 간 눈물 한 방울로 억년 방전된 사랑의 메세지들 다 살아났던 여자 그제야 젖무덤 뱃구릉 동굴 속 아기집 환하게 무너져내린 그 여자 나는 호수 아래 진흙 아래 암석층 그 아래 끝내 재가 될 수 없었던 먹벙어리 심장 묻어줘야지 아교 같은 눈물과 상한 심장이 뒤엉긴 흑흑색 유동체 (몰래하는 사랑을 배반한 연인에 대한 애증의 핵?) 공기로 덮고 암석으로 덮고 진흙으로 덮고 입 다물어야지 사랑이 부차물이었던 중생대 백악기 가여운 당신 그 여자 되살려 매수하고 싶고 매매하고 싶은 바로 당신 모래 수풀 헤치고 굴착기로 관정을 박아 펌프질 하네 구름을 밀치고 하늘을 들이받으며 솟구치는 여자! 오뉴월 서릿발로 포성을 울리며 타오르는 그 여자! 재앙의 붉은 강물 흐르는 사막, 사랑과 분노와 후회의 별 붉은 심장 붉은 심장 붉디붉은 심장들 시커멓게 타네 내일은 당신의 유골단지 불암산에 묻어주고 침묵해야지 돌무덤에 석류꽃 피어나 석류알 홍단지 다시 열리리라는 말 태양은 금구렁이 풀어 밤별은 은실뱀 풀어 종일 전하네 나는 마치 백악기 사랑의 환타지를 노래하는 것 같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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