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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 다시 절벽으로
내가 시시해졌다 부동산, 재테크, 조루증 상담 이런 광고들에 눈이 쏠린다
아찔한 계룡산 능선이나 북한산 바위 절벽 거기 매달려 있는 소나무들이 위험하다기보다 운명이라는 생각을 한다
운명의 우연성을 믿다니 나는 분명히 타락했다 이렇게 마흔에 순결이 구겨지다니
절벽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공광규 시인 / 사랑 - 불경을 읽다가 문득
문자를 여의고 말을 떠나는 이해할 수 없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설명하면 틀려버리는 그리고 아주 우연인 글로 쓰면 아직 그곳에 덜 도달한 입술에 올려지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다가와도 못 막고 도망가면 잡을 수 없는 너무 큰 문자이거나 말이어서 가둘 수도 쫓아버릴 수도 없는 애걸해서도 요구해서도 거친 성욕으로도 마음을 아주 놓아버려도 안 되는 무엇이 안 된다거나 된다라고도 할 수 없는 다만, 마음에 물이 들면 아주 오래 오래 바래지 않는 혹시 바래거나 잠시 물건처럼 잃어버려도 흙 속에 묻힌 보석처럼 사라지지 않는.
공광규 시인 / 물과 같은 사람 - 주자어류를 읽다가 문득
흰 그릇에 담아도 검은 그릇에 담아도 그대로인 사람 바가지로 뜨면 바가지 가득 항아리로 뜨면 항아리에 가득한 사람 작은 도랑에서도 좁음을 탓하지 않고 맑은 노래를 부르는 탁한 강물로 흘러들어도 불평 없이 세상의 복판을 뚫고 가는 그러다 세상이 마음에 안 들거나 화가 나면 온 들판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물길을 내는 사람 어떨 땐 내 마음의 물길로 흘러와 찰랑찰랑 나와 한 몸이 되는 마음처럼 고여있고 감정처럼 움직이는 그러다 흘러 넘쳐 나를 적시고 마침내 세상을 적시는 사람 가끔 강하고 딱딱한 것들과 만나면 부딪치고 다투고 허물어버리지만 마음이 허공 같아 달도 산도 꽃도 마침내 하늘도 담는 그러다 햇빛을 담을 때 내 마음 가득 눈부신 사람.
공광규 시인 / 드디어 썩어 가는
목욕탕 거울을 보니 허리가 없어졌다 똥배를 밀어 넣으려고 애쓰다 그만 둔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똥으로 가득찬 창자가 심장을 눌러 숨이 턱 막힌다
사람은 보통 1~3kg의 똥을 뱃속에 넣고 다닌다 변비 할 경우는 10kg까지도 간다 하느님도 너무하시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 뱃속에 구린내를 넣고 다니게 하시다니
늘어진 헌 푸대자루 삼겹살 자랑스럽게 사용했다고 할 수 없는 실수 투성이의 덜렁거리는 성기구 엉덩이에 가려진 지독한 폐수구 아첨과 불만으로 가득 찬 악취를 풍기며 썩어 가는 69kg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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