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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시인 / 그림자놀이
세상은 혼자 놀기 좋은 그림자놀이처럼 당신과 나 사이를 일렁이지 여덟 개의 서랍을 차례대로 연 바람의 모양 성난 커튼을 사이에 둔 것처럼 우리는 천둥소리를 삼킨 늑대가 되거나 검은 머리의 독사처럼 정지해 있는 커튼 뒤, 두 주먹을 치켜세운 마주한 세상
당신과 나는 결투의 한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기 전 무엇으로든 물들어야하는 스크린 위로 번지는 그림자들의 몽상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으르렁거리던 두 주먹을 펴고 날아오르는 작은 새떼들 우리의 창을 열고 어둠과 어둠을 포개어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바라볼 수 없도록 물들어야하네 창안의 나는 당신이 꿈꾸는 그림자처럼 창밖의 당신은 내가 꾼 그림자처럼 흔들리고 있는 커튼 뒤에서
당신과 나를 꿈꾸고 있는 누군가
세상은 혼자 놀기 좋은 그림자놀이처럼 일렁이는 당신과 나 사이 바람의 그림자 배꼽 밑의 서랍을 열어 보이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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