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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시인 / 그 나라
구름 건들거리고 처음 아이를 잉태했을 때 이웃에서는 싸움이 한창이었다
보름달은 찌그러져 막 하현으로 전향하는 중이었다 미닫이가 박살나고 밥상이 공중 부양을 했다 신을 믿는 남자는 거룩한 신의 이름으로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늦은 봄날이었을 거다
죄 있는 자 먼저 주먹을 들지어니 사랑을 외치는 자 스스로 몸 던질지어니
풀뿌리 뽑혀 나간 텃밭에는 자리공이 시절이었다
공중 부양한 밥상이 냄비와 밥그릇과 결별을 선언한 후 결별이 잉태한 달빛들이 텃밭 근처로 하얀 나신을 집어던졌다
아마 신선한 새벽이었을 거다
사랑으로 이룰 것 하나 없으니 주저 없이 칼을 뽑았다
눈 감은 하늘은 어둠으로 위장한 한낮의 뒤에서 바야흐로 절정에 이른 스펙타클을 관람하는 중이었다 첫 아이의 울음이 대문을 넘어 하늘의 머리맡을 지나 공동묘지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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