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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소영 시인 / 물위를 걷는 아이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4.

박소영 시인 / 물위를 걷는 아이

 

 

  갈릴리호수의 예수처럼

  내 아이가 물위를 걸어가네

  빠질까봐 겁나고

  못 건널까봐 겁나는 나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물위를 걸어가네

  아이는 유리컵의 태풍안에 있네

 

  광풍 앞에 촛불 같은 위태로움보다

  더 아슬아슬하게 물위를 걸어가는 아이

  저 아이가 베드로처럼 물에 빠진다면,

  저 물에 해일이 일어난다면,

 

  그러나 나는 믿었지

  아이를 삼키고도 남을 해일과 폭풍이 오더라도

  아이는 바다건너 저 해안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을

  그 아이가 언어의 험한 바다를 무사히 건너

  숲이 푸르고 모래사장이 거울처럼 빛나는

  인스프리트 섬에 닿을 것을 나는 믿네

 

  아이는 유리컵 안의 태풍을 건너가고 있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가을호 발표

 

 


 

박소영 시인

1955년 전북 진안에서 출생.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재학 중.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