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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애 시인 / 북극곰처럼
안드로메다에서 온 고양이의 편지를 읽는 저녁 당신은 한 마리 북극곰처럼 슬픔을 뜯어먹는다 김이 오르는 황혼의 선지 한 그릇을 비운다 이 목젖 뜨거운 만찬은 준비된 것이 아니다 얼어붙은 도시의 뒷거리를 어슬렁거리던 당신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굴 속 같은 은둔지로 돌아오는 중 찢어진 봉투 속에는 우리의 엉덩이 같은 복숭아가 무르고 있다 당신은 중력을 잃고 스러지는 꽃의 성체를 들여다보며 나무에 리본을 묶던 기억과 그 그늘 아래 숨을 거두던 노루의 눈 어느 밤, 당신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처럼 꼬리를 세운 제 그림자에서 그 눈을 발견하고 울컥 서러울 것이다 실내악과 포도주가 향기로운 카펫 위의 식사는 상상으로 족하다 분홍 뺨이 턱수염으로 덮여가는 당신의 저녁 노루의 안마당에는 봉함엽서가 쌓이고 고양이 깡통에는 별이 빛난다 길 잃은 고래를 찾기란 당신이 건기를 나는 것만큼이나 거룩한 일 유빙을 타고 아무르 강 어귀까지 갔던 당신은 마침내 할딱거리는 허공의 심장까지 손을 뻗는다 나는 달동네 쪽마루에 엎드려 긴 일기를 쓴다 너무 깊이 왔다 어둠 곳곳에는 우리의 잇자국과 침 냄새가 배어 있다 내 혀에서는 쇠 종이 울고 당신의 턱수염에선 석유 냄새가 난다 그렇게라도 가슴 속 만년설을 녹이려는 듯 고래섬 너머 불타는 도화원에 닿으려는 듯 리본을 벗겨 반쪽의 달, 검푸른 고양이의 눈을 올려다보며 또 한 끼의 밥을 먹는다 어둠의 심혼이 복숭아꽃처럼 피어나는 차고 순결한 북극의 밤
웹진 『시인광장』200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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