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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승기 시인 / 나도승마를 찾아서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30.

김승기 시인 / 나도승마를 찾아서

 

 

산꼭대기에는 흰 구름들이 모여앉아 바둑을 둔다고 했다

 

천진난만한 안개들은 흰 구름 곁에서 바둑 훈수를 두다 말고 골짜기를 미끄럼틀 삼아 썰매 타고 내려와 계곡물에 풍덩 엉덩방아찧다 깜짝 놀라서 깔깔대며 일어나는 곳, 그 끝의 산 아래 어디쯤엔가 꽃을 타고 놀 수 있는 승마장이 있다고 했다

 

말띠이면서도 말을 탈 줄 모르는 사랑지기, 평생을 걸려서라도 언젠가 꼭 한 번은 보름달 뜨는 밤을 건너 백운승마장에서 말 타고 문장을 놀아보겠다는 여행 버킷리스트

 

그래서 동행한 여행은,

뜨거웠다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어 있는 숲속 승마장의 말들은 활화산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꽃 속에서 말을 타고 노는 문장은 황금빛 언어들의 현란한 춤사위로 소란스럽고 어지러울 거라 여겼지만, 오히려 꽃과 꽃 사이의 행간에서 적막한 고요와 내통하고 있었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아 번잡한 도시를 아주 싫어하는 고요는 내 입맛에 맞지 않을 듯싶었지만, 한번 맛을 보고 나니 자꾸만 끌리어 찾게 되는 중독성 강한 음식, 왼 종일 해가 지는 줄 모르고 폭식했다​

 

그렇게 비몽사몽 고요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오니 안방 천장에서도 황금빛으로 꽃 피는 문장이 밤새도록 말을 타고 허공을 넘나들었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김승기 시인

1956년 강원도 속초에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95년 황금찬, 허영자, 이성교 추천으로 계간《詩마을》등단. 저서로는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①『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②『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③『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④『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으랴』, 한국의 야생화 시집 ⑤『울어본 자만이 꽃의 웃음을 듣는다』와 한국의 야생화 2인 별책 시선집『그냥 꽃이면 된다』가 있음. 2006년 제2회 세계한민족문학상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