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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나원 시인 / 문은 있지만 문은 없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

김나원 시인 / 문은 있지만 문은 없다

 

 

거미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얀 벽면 며칠 굶고도 탈출시도가 필사적이다 구석은 힘을 도모하기 좋은 곳 전속력으로 부딪히지만 창은 구름이 좋아하는 자세로 미동이 없다 쓰레기 근처에 두고 온 가족 때문일까 날개가 찢기고 피멍이 들었다

 

얼결에 타고 온 엘리베이터는 너무 깜깜해 18층을 뚫을 기세로 앵앵거리는 똥파리 한 마리 복도 끝에서 끝으로 레이다 망을 치고 있다 신이 나서 높이 올랐는데

 

재미있게 놀다 가지 그러니

 

사는 곳에 살아야 날개 짓 할 수 있다

 

구석으로 처박히다 고꾸라지는 이상

문은 늘 수수께끼

바람에 열리기도하고 열쇠로도 열리지 않을 때가 있다

넓은 복도가 죽음의 통로라니

 

날아서 가렴

춤추며 가렴

계단 쪽 문을 열고 복도를 내보낸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김나원 시인

2012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목성으로 돌아갈 시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