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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원 시인 / 문은 있지만 문은 없다
거미 하나 보이지 않는 하얀 벽면 며칠 굶고도 탈출시도가 필사적이다 구석은 힘을 도모하기 좋은 곳 전속력으로 부딪히지만 창은 구름이 좋아하는 자세로 미동이 없다 쓰레기 근처에 두고 온 가족 때문일까 날개가 찢기고 피멍이 들었다
얼결에 타고 온 엘리베이터는 너무 깜깜해 18층을 뚫을 기세로 앵앵거리는 똥파리 한 마리 복도 끝에서 끝으로 레이다 망을 치고 있다 신이 나서 높이 올랐는데
재미있게 놀다 가지 그러니
사는 곳에 살아야 날개 짓 할 수 있다
구석으로 처박히다 고꾸라지는 이상 문은 늘 수수께끼 바람에 열리기도하고 열쇠로도 열리지 않을 때가 있다 넓은 복도가 죽음의 통로라니
날아서 가렴 춤추며 가렴 계단 쪽 문을 열고 복도를 내보낸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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