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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배세복 시인 / 환난(患難), 것들로부터의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

배세복 시인 / 환난(患難), 것들로부터의

 

 

커다란 열기구에 탄 채로

손을 내밀어 대바구니에 가득 찬

꽃게보다도 작은 최초의 생명을

바다에 던지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부메랑처럼 생겼고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것들은 자꾸

갯벌 쪽으로 떨어져서 바위에 부딪혔고

더 멀리 던져 보아도

떨어지는 곳은 늘 일정해서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의도와 결과가 다른 것도 그렇고

머리가 터졌을지 모르는 그것들이 가엾기도 하여

기구에서 훌쩍 뛰어내려

괜찮은지 다독이려고 하였는데

 

생각보다 그것들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몸속은 어찌 피멍 들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멀쩡한 채

집게다리를 들이밀며

한꺼번에 공격해 오고 있는 터라

 

기구에 올라타려던 순간에

하늘에서 갑자기 먼지바람이 일더니

타고 온 기구가

두 쌍의 회전익으로 떠오르면서

헬리콥터 되어 나를 버리고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배세복 시인

충남 홍성에서 출생.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으로 『몬드리안의 담요』(2019, 시산맥)가 있음. 현재 문학동인 Volume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