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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손현숙 시인 / 하늘 숨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3.

손현숙 시인 / 하늘 숨

 

 

  내다보일 듯 그러나 하얗고 투명한 한지

  물 먹여 내 얼굴 위에 착착 바르는

  꿈에 가위 눌렸다

  남의 팔다리 젓듯 나를 몰아서

  통장에 잔고 털러 가는 길

  ‘천사의 나팔’ 사각의 스티로폼 속에서도

  탐스럽게 꽃을 매달았다

  누가 선뜻 탕감해 준 빚처럼 반갑다

  혹시,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오므렸던 꽃봉오리 찢듯 벙그는 밤새

  무서웠을까,

  바람도 회전문 안에서 뱅뱅 돈다, 돌린다

  허방을 짚듯 번호표를 뽑아든

  아침, 세상을 또 말짱하게 열고 있는 저

  긴 숨, 환하게 불어넣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2009년 가을호 발표

 

 


 

손현숙 시인

1959년 서울에서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와 한국예술 신학대학 문창과 졸업. 1999년 《현대시학》에 시 <꽃들은 죽으려고 피어난다> 외 4편으로 등단.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을 수상. 2002년 문예진흥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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