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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굳세게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 시인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는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 / 풍경 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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