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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 추운 밥
겨울 아침 인도 위 비둘기 한 마리가 깃털을 덮고 누워있다 찍어먹다 남은 토사물이 주검 옆에 얼어있다
부러진 고개를 꺾고 빨간 발을 오므린 채 대리석 신축빌딩 아래서 삶을 멈춘 그를 매정한 바람만 감싸고 있다
오늘 새벽 슬픈 부리로 얼어있는 밥을 찍어 먹다 사람의 발길에 채였거나 갑자기 날아가려다 시멘트벽에 부딪쳤을 것이다
눈앞에 두고 간 밥을 저승에서도 못 잊겠는지 차마 감지 못한 눈으로 서울 하늘 아래 추운 밥을 바라보고 있다.
공광규 시인 / 뉴스를 들었다
실직한 친구를 위로하러 가다가 여관에서 한 여자와 잤다
여관 문을 밀고 들어왔던 그 여자 다음날 친구네 집에서 보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안에서 뉴스를 들었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
공광규 시인 / 말씨
마음으로 만졌을 때 악기처럼 아름다운 당신 몸 속에서 튀어나온 부드러운 말씨 한 알이 어느새 들숨 날숨 통해 내 몸 속 허파꽈리거나 위벽에 붙어 가는 뿌리를 내리고 잔가지를 뻗는다 했더니 내 마음 천장까지 뚫고 자라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한참 쓰리고 아플 때는 몰랐는데 그것이 내 몸 속 실핏줄까지 뻗어 가는 당신이었다니 심장이 터지고 가슴이 찢어져서야 당신이 크게 내 안에 자라있음을 알다니 그리움의 숲에서 한아름 커진 당신을 마구 안아보다 감당이 안돼 그 나무 아래 가서 앉아있기도 누워보기도 하다 아예 기둥 삼아 집을 지어 오래오래 머물거나 장작으로 패서 남은 생애를 따뜻하게 데우거나 관을 짜서 함께 썩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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