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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경임 시인 / 축제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5.

이경임 시인 / 축제

 

 

  눈이 상투적으로 내린다

  고요하게  

 

  눈이 전위적으로 내린다  

  징소리처럼

 

  그렇게 눈이 내린다  

  그렇게 살아간다

 

  갓난아기 울음소리처럼

  영안실 향 피우는 냄새처럼  

 

  눈이 낡아 간다

  나도 눈처럼 낡아 너덜너덜 해진다   

 

  남루한 눈이 나의 눈을 찌른다

  날카로운 새처럼  

  뜨거운 불꽃처럼

 

  눈이 머는 줄도 모르고

  나는 하염없이 눈을 바라본다

  

  내리는 눈마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리는 눈마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웹진 『시인광장』2009년 가을호 발표

 

 


 

이경임 시인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영문과와 전남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 1997년《동아일보 》 신춘문예에 시 <부드러운 감옥>이 입선되어 시단에 데뷔. 시집으로 『부드러운 감옥』(문학과지성사, 1998)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