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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숙 시인 / 화염연꽃
씨앗은 성질이 캄캄하여 우주 안에 제 핵을 숨기고, 아닌 듯 언 땅 위 사람으로 섰나니 어둠은, 물결물결, 물러나고 자신을 부정한 힘으로 씨앗은, 터진다, 열사처럼 한 손의 동맥을 따고 한 발의 인대를 끊고 흉부를, 복부를, 좍좍 난도하고 삐죽이 흰 뼈다 그것마저 부숴야 화엄만개, 만개하는 거라고, 활활 불을 놓는다 슬퍼마라 내가 이렇게 참혹한 것은 몸을 드러내는 나의 방식에 의한 것이니 여기는 화염 속 잘 보아라 지옥 속에 화엄을 네 가장 깊은 칠흑에, 의당 삼천대천 세계를 성질이 캄캄하여, 씨앗은 제 핵 속에 우주를 숨기고, 아닌 듯 슬픈 눈동자로 바라보고 섰나니 빛은, 참방참방 밀려오고 이 불탄 시신 앞에 보아라 이리로 떠밀려 온 너도 꽃이거늘 이 화엄연꽃, 너울너울 건너오는 한 꽃불이거늘 타오르는 한 송이거늘 오, 씨앗은 너를 피우기 위하여, 캄캄하게 내가 죽는, 살생 화염속의 저 살생불이다 내보이고, 다시 캄캄히 죽는다 지금 막, 네가 꽃 필 때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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