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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영은 시인 / 키스의 남방 한계선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6.

강영은 시인 / 키스의 남방 한계선

 

 

  정체불명의 바람과 입 맞춘 날, 누구의 입술이

  입술 속에 들어 있었나

 

  키스가 끝났을 때 사시나무 떨듯 오한이 왔네

  한 밤중에 선인장 꽃 같은 열꽃이 피고

  멕시코 만을 건너온 구름의 음모라고,

  당신은 해석하네

 

  목구멍 속의 기류를 판독하는 건 죽음이 허락한

  유일한 오류?

 

  단백질 포크가 입술을 찍었을 때 당신,

  플라야 선인장 가시 같은 바람의 혀를 삼켜 보았나

  선인장 가시를 삼키는 혀가 긴 파충류,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완치되는 독성 강한 키스에

  감염되어 보았나

 

  끈적거리는 기류가 흘러내리는 좁은 골목

  길 약국 앞, 후박나무가 때 이른 손을 흔들고 있네

  유행에 민감한 이웃집 아가씨는

  노란색 마스크를 쓸까 분홍색 마스크가 어울릴까,

  고민 중인데

 

  키스를 해 본 사람은 알지, 잘라도 잘라버려도

  돋아나는 은밀한 혀 속의 잠언을,

 

  사랑해, 사랑해, 나는 정말 숙주세포가 필요해,

 

  처음 본 바이러스를 사랑해 보았나 당신,

  키스의 남방 한계선에 도달해 보았나 뜨거운

  플루 키스, 39,5도의 한계점에서 캄캄하게

  멸종되는,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겨울호 발표

 

 


 

강영은 시인

1956년 제주에서 출생. 2000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外  다수 있음. 현재 한국시인협회 총무 간사, 창작21 기획위원 좋은시공연문학회 기획위원, 진단시 동인으로 활동 中. 서울 산업대 평생교육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