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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시인 / 보문산에는
현상금 천만 원, 키 125센티 체중 23킬로, 9살 여자아이, 자폐아, 하얀 운동화 문 뒤에 숨어 갸웃 내다보는 눈에 금방 눈물이 어릴 것 같은 얼굴이 걸려 있고
풀섶 구석구석마다 등산화 신은 사람들이 들어가 부스럭부스럭 도토리를 줍고 있고 바닥엔 주인 잃은 껍질이 어지럽게 뒹굴고 보문산엔 다람쥐 청솔모 꿩 산새들 내리막 옆 산딸기 넝쿨을 아파트 삼아 참새 떼가 살고 들쥐 가족이 배수구 밑으로 쏠랑쏠랑 넘어가고 능선 너머로 노루가 지나가고 계곡과 연결된 물길엔 수달이 사는데
산 밑 횡단보도에서 빨간 신호등 -많이도 주우셨네요. 란 옆 아낙의 말에 -놀면 뭐해요. 좀 주웠죠. 라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할아버지에게 소리치고 말았다 -아저씨! 등산모 쓰고 몸집 자그마한 할아버지가 멈칫 -산짐승들은 뭐 먹고 살아요? -어, 그게 나만 그런 게 아니고… -그러게, 사람들이 모두 너무 하잖아요! -어, 난 오늘만…
빵 터져버린 나 자신에 놀라 초록 신호등, 고개 푹 숙이고 건너가 버렸다 깜짝 놀란 할아버지는 어느 쪽으로 건너셨는지 척박한 도시의 길 끝, 산에서 나는 건 도토리 조금 상수리 몇 개 꽃나무에 사람 못 먹는 붉은 열매 몇 개 떫고 딱딱해 먹지도 못할 사람들 왜 너도나도 봉다리를 들고…
다람쥐 청솔모 꿩, 그리고 산새들과 들쥐들과 노루와 수달 능선 넘어가다 잃어버린 9살 글썽한 눈의 여자아이 한 달째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서리 오기 전, 언덕에 여뀌꽃 무릇 쑥부쟁이 달개비 마지막으로 점점이 푸릇푸릇 겨우내 그 아이들 무얼 먹고 사나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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