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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시인 / 억새 블루스
뿌리에서 잎까지 뻗치는 힘으로 억새는 바람을 낚아채서는 한껏 돌리기 시작한다
바람이 거셀수록 더 크게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허리로 바람을 돌린다 억센 손아귀로 멱살을 움켜쥐고는 바람의 온몸을 단숨에 들어올린다
억새의 온몸은 억새의 생애다 바람도 마찬가지, 그는 이마와 발바닥이 하나인 온몸이다 둘의 춤사위는 어느덧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마지막 한 올의 바람까지 다 떨치고 나서야 억새는 비로소 억새, 마지막 한 잎의 마음까지 다 버린 후에야 바람은 비로소 바람,
바람도 아닌, 억새도 아닌, 춤의 막바지에서 억새는 아무것도 아닌 전부가 되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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