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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창 시인 / 바람에게 묻는다
대나무 숲은 바람의 층계다. 한 층 오를 때마다 더해지는 흔들림의 강도 우리도 한때 아찔한 높이로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팽팽한 탄력은 언제나 제 자리로 돌아오는 법 참, 고마웠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는 말 부질없다. 늘어선 경계의 위태로운 혼들에게 보내는 경배의 눈길도 거두어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곧은 몸매로 매섭게 버티는 건 태생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비어있는 몸 단 한 번의 절망으로도 파멸에 이르는 저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면 안녕이라는 말, 부디 행복하라는 말 한 마디도 나는 버겁다. 바람으로 쌓아올려 바람으로 무너지고 말로 쌓아 올려 말로 무너지는 여기는 시방 첩첩이 쌓아올린 푸른 뼈들의 무덤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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