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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진 시인 / 감악산 단풍
선홍의 자태로 유혹하고 황금빛 정염이 샘늪을 덮치면 일엽관음이 부럽지 않다
벅차오는 숨을 고르며 빠져드는 남정은 점입비경에 숨이 멎는다
어차피 지고 말 운명이라도 온갖 욕정, 바람에 실어 세속 만물을 탐하리
빛 고운 화장으로 단장하여 정신 혼미한 오르가슴 느끼다가 나락으로 떨어져 해탈의 다리를 건너
격렬한 정사에 상한 몸 법당 앞 석탑에 기대어 앉아 옛 절정을 더듬는 잠을 청한다
탄식하는 목탁 소리 우울하여 이승의 고갯마루를 저물도록 알몸으로 배회하다가
허름한 종루 한구석에 안장되어 합장하는 스님 눈가에 이슬 고이면 감악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공석진 시인 / 감악산 한우
정수리에 심장에 국부에 맥을 끊어 놓겠다는 일제의 쇠말뚝질
뜯겨진 생살 감악산 등허리 허연 뼈가 아프게 도드라지고
코청을 구멍 내 급소 다친 한우 씹어도 씹어도 바람들어 푸석푸석하다
공석진 시인 / 광덕산
모여라 모다 모여라 풍후한 정 넘치는 광덕(廣德) 가슴 복판 찬바람 비운 자리 마음 맞추면 우정 쏟아진다지
외암(外巖) 초가에 분홍꽃비 내려 모여든 즈믄 아이 꽃샘 미룬 자리 눈 맞추면 사랑으로 머문다지
하냥다짐 각오하는 절박한 벗이여 노란 리본 매단 겨운 청솔가지 하나된 그리움 여럿 세파 이길 큰 힘 된다지
공석진 시인 / 나무
길가 나무 두 그루
같은 날 같은 나이로 심어졌을 텐데
한 놈은 튼실하게 한 놈은 비실하게
너 때문이다 그늘만 없었다면
원망 마라 찌는 태양 갈증이 더할수록 뿌리를 깊이 내렸을 뿐이다
깨죽대는 놈에게 일갈을 한다
게으른 자여 내 그늘에 눕지 마라
공석진 시인 / 나에게 나를 묻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와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강을 건너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악어 소굴로 뛰어드는 누우입니다
그대여 사랑을 아는가 나만을 사랑하려 철옹성을 구축하여 다가오는 사랑에 화살을 퍼붓는 겁보입니다
그대여 길을 가는가 까마득한 숲에서 언제나 같은 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헤매고 있는 바람입니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어서 가보게 그대의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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