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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공석진 시인 / 감악산 단풍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1.

공석진 시인 / 감악산 단풍

 

 

선홍의 자태로 유혹하고

황금빛 정염이 샘늪을 덮치면

일엽관음이 부럽지 않다

 

벅차오는 숨을 고르며

빠져드는 남정은

점입비경에 숨이 멎는다

 

어차피 지고 말 운명이라도

온갖 욕정, 바람에 실어

세속 만물을 탐하리

 

빛 고운 화장으로 단장하여

정신 혼미한 오르가슴 느끼다가

나락으로 떨어져 해탈의 다리를 건너

 

격렬한 정사에 상한 몸

법당 앞 석탑에 기대어 앉아

옛 절정을 더듬는 잠을 청한다

 

탄식하는 목탁 소리 우울하여

이승의 고갯마루를 저물도록

알몸으로 배회하다가

 

허름한 종루 한구석에 안장되어

합장하는 스님 눈가에 이슬 고이면

감악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공석진 시인 / 감악산 한우

 

 

정수리에

심장에 국부에

맥을 끊어 놓겠다는

일제의 쇠말뚝질

 

뜯겨진 생살

감악산 등허리

허연 뼈가

아프게 도드라지고

 

코청을 구멍 내

급소 다친 한우

씹어도 씹어도

바람들어 푸석푸석하다

 

 


 

 

공석진 시인 / 광덕산

 

 

모여라 모다 모여라

풍후한 정 넘치는

광덕(廣德) 가슴 복판

찬바람 비운 자리

마음 맞추면

우정 쏟아진다지

 

외암(外巖) 초가에

분홍꽃비 내려

모여든 즈믄 아이

꽃샘 미룬 자리

눈 맞추면

사랑으로 머문다지

 

하냥다짐 각오하는

절박한 벗이여

노란 리본 매단

겨운 청솔가지

하나된 그리움 여럿

세파 이길 큰 힘 된다지

 

 


 

 

공석진 시인 / 나무

 

 

길가

나무 두 그루

 

같은 날

같은 나이로

심어졌을 텐데

 

한 놈은 튼실하게

한 놈은 비실하게

 

너 때문이다

그늘만 없었다면

 

원망 마라

찌는 태양

갈증이 더할수록

뿌리를 깊이 내렸을 뿐이다

 

깨죽대는 놈에게

일갈을 한다

 

게으른 자여

내 그늘에 눕지 마라

 

 


 

 

공석진 시인 / 나에게 나를 묻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와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강을 건너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악어 소굴로

뛰어드는 누우입니다

 

그대여 사랑을 아는가

나만을 사랑하려

철옹성을 구축하여

다가오는 사랑에

화살을 퍼붓는 겁보입니다

 

그대여 길을 가는가

까마득한 숲에서

언제나 같은 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헤매고 있는 바람입니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어서 가보게

그대의 가슴으로

 

 


 

공석진 시인

1960년 경기 송탄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2007년 한류문예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양문인협회 회원. 전 시와창작작가회 회장. 연합경찰신문 논설위원. 현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 시집-1집 <너에게 쓰는 편지>. 2집 <정 그리우면>. 3집 <나는 시인입니다>. 4집 <흐린 날이 난 좋다>. 5집 <지금은 너무 늦은 처음이다>. 시화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