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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순 시인 / 가을 하늘
쪽빛 하늘에 실구름이 쓰고 간 시 한 수 기러기 날아가다 읽고 여인이 써 놓은 눈물 젖은 시 바람이 지나가다 가슴으로 불어 넣는다 하늘은 푸르건만 산들 바람이 시린 초로의 여인
하영순 시인 / 가을이라 가을밤에
절기는 가을인데 이변의 열대야 잠 못 들어 뒤척이는데 귀뚜라미 소리 가슴을 적신다.
매미는 창가에 찾아들더니 너는 어쩌자고 베갯맡에 찾아들어 남의 애를 태우는지
생각이 그 자리라면 세월도 그 자리라면 좋으랴만 세월은 가는데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 참으로 가소롭구나!
그립다 반딧불이 날개 짓에 추억이 익어 가던 넓은 벌 그곳이 그리워 잠 못 들어 괴로운 가을이라 가을밤에
하영순 시인 / 감사와 행복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길을 가다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을 수 있어 나는 내 손에게 감사한다.
언덕길 오르는 힘든 자에게 손잡아 줄 수 있는 여력이 있어 나는 나에게 감사한다.
내가 있어 세상이 있고 세상이 있어 내가 존재한다는 이 사실을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하영순 시인 / 그랬으면 좋겠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그립고 보고프면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사랑 하고 싶다 서로 쳐다만 보지 말고 새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보고 싶었노라고 그리워했노라고 두 손 마주잡고 두 발 같이 뛰면서 보고 싶어 어떻게 참았느냐며 울어도 보고 웃어도 보고 억양은 달라도 말이 통하는 우리는 한 형제라고 끌어안고 회포를 나누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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