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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시인 / 늦가을
술 덜 깬 아침 한 나절 약속 어긴 것 화 안 내고 혼자서 지리산 둘레길 산행 나가는 낡은 아내 미웁지 않다
혼자 돌아가는 음악 무슨 뜻인지 몰라 소프라노 낯선 나라 말 그냥 악기소리처럼 싫지 않다
너무 많은 나에게 내가 지쳐서 전화 한 통 없는 이 쓸쓸함이 좀 오래 갔으면 한다
마당귀엔 산에서 옮겨 심은 용담 그 꽃잎 벌리는 의뭉스런 햇살 손길 내 몸이 다 간지럽다
벌 한 마리 꽃우물에 빠져 맴돌고 가만가만 진저리쳐대는 꽃 저들의 한 바탕 음화 같은 풍경에 때 아닌 내 거시기가 선다
무리에서 쳐져서 산다는 부끄럼 말고도 쳐진 자만이 아는 권태로운 즐거움도 있어 아주 먼, 여자를 떠올리며 수음을 했다
이 좀스러운 외도가 그리 죄스럽지 않은 마흔 아홉 늦은 가을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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