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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시인 / 가면놀이
여자 눈에 노인은 오목거울 속의 형상이다
소통을 모르는 진공관, 치매가 노인을 여자와 분리한다 주름 깊은 노인 몸에서 재생되는 아기 얼굴, 여자가 정지 버튼을 누를수록 노인은 오목거울 저편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앉는다 가면놀이인지도 모르는 가면놀이를 한다
너무나 성급하게 윤회해버린 영혼 노인의 늙은 육체에서 양수가 출렁거린다
시간을 망각한 노인과 시간을 기억하는 여자가 다툰 날, 해질녘 놀이터에서 여자 홀로 욕타임을 한다 맨드라미 꽃잎 같이 벌건 욕들, 농염한 말 앞에선 어떤 나비, 벌이든지 기가 죽어야 하는 비기(飛機), 암전 속에서 여자는 잠시 가면을 벗는다
허울 벗은 맨 얼굴에서 솟은 우물 수면을 가르는 두레박이 찰랑이는 어둠을 퍼낸다
가벼워진 여자 몸에서 마디 하나가 생긴다 우후죽순 욕소나기가 있어 여자는 노인을 돌본다. 대숲의 바람소리 품으며 한가로이 노인과 가면놀이를 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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