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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형 시인 / 타자(他者)
새로운 연애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면, 예감 때문이라면, 밖이 너무 사납다 어둠의 수위가 너무 높다
낮에 지인이 울음을 타전해 왔다 격렬한 사월의 비바람이 보낸 문자, 내가 싫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젊은 날은 엉망이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눈으로 봐선 안 될 것 같아 금기같아 커튼을 닫고 창을 닫고 귀로만 듣는다
뼈가 다 드러난 울음의 앙상한 등을 쓰다듬고 있는 앙상한 손가락은 자기 자신의 것이리라
아무래도 바람이 입을 갖고 있는 듯하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자 밤마다 짖던 개도 새도 왕벌도 다 조용하다
꽃을 깎고 나무를 깎고 돌을 깎는 울음을 듣고만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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