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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수우 시인 / 입춘 바깥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9.

김수우 시인 / 입춘 바깥

 

 

  촛불 세 개를 켜둔 채 그 방을 나옵니다

 

  책과 화병과 창문을 위해

  낡은 액자와 오래된 시계, 목각인형을 위해

 

  잠시면 촛불은 사그라들테지요

  세 개 촛불이 밝히던 동무

  고요와 기다림은 따뜻하게 가라앉겠군요

 

  내 죽음도 그렇게

  촛불을 켜두고 방을 비우는 일

 

  빈 자리에

  따뜻한 빛이 나보다 조금 더 남아있기를

  그 방이 당신이며 곧 나이기를

 

  하여 방은 사람을 닮아갑니다

  하여 방은 키가 자랍니다

 

  안도 바깥도 한 그루 산수유로 환합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김수우 시인

1959년 부산에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길의길』과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붉은 사하라』 등과 사진에세이집『하늘이 보이는 쪽창』,『지붕 밑 푸른 바다』,『아름다운 자연 가족』 그리고 산문집『씨앗을 지키는 새』, 『백년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