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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 시인 / 아마데우스를 위한 후일담
모짤트 모짤트, 그대와 나는 슬픈 종족이어서 키가 한 치 모자란 상태로 짜리 몽땅 모짤트 마술피리 숲속 긴 터널을 간신히 빠져나와 더 이상 피리소릴 안 듣게 된다하더라도 그대와 나는 외롭고 슬퍼서 종루 없는 종탑에 앉아 반주 없이 모짤트를 노래함!
모공을 파고드는 별빛, 두개골에 쏠리는 꿈 없는 꿈이 달처럼 희쁌하게 신발짝 끌고 오는데 잠 없는 밤이 조금씩 모자란 듯 혀를 내미는 모짤트
마콘도의 건강한 아낙이 배가 고파 등가죽 푸석푸석한 아르마딜로 한 마리를 산채로 삼키고 그 때문에 수유 한 번 안 해본 젖퉁이가 그날로 퉁퉁 부어올라 할 수 없이 애 하나 낳고 흉년에 강바닥 들어난 물길 건너 원주민 마을을 등지게 됐는데 어린아이 엉덩이에 아마데우스 문양을 새긴 높은음자리표가 또르르 말려나왔지
융통성 없는 얘기의 전말을 다 듣지도 않고 반신반의 반만 믿는다 하더라도 모짤트, 모짤트는 슬퍼서 우리들은 슬프다
갈대밭의 한탄은 금물, 달빛이나 실컷 훔쳐 먹다 탈이 나도 백악기의 단층을 뚫고 오케스트라 단상을 향해 풀떡 뛰어올라야겠는데 유조선 전복사고로 꽁지와 날개에 기름 범벅이 된 가마우지들이 피난처를 간청해오는 바람에 빈털터리인 우리가 귀환할 곳은 아무려나 100년 동안 먼지 풀풀 곰팡이 퀴퀴한 골방 안의 빈 의자
주인 이름을 망각한 책들은 무덤덤 말이 없고 젖은 귀를 말리며 대서양을 건너야 하는데 마술피리가 그나마 녹슬어 승선한 배는 기우뚱 뒤집힐 운세 모짤트 그대와 나는 위리안치(圍籬安置)의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몸을 달래고 달래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천오백년 후 어느 날 여기서 나를 밀어내고 섬광 터트릴 사랑과 우정의 충격적인 사건, 낭만을 끌어 담을 불사조의 신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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