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임재정 시인 / 구두의 흐릿해진 부분들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1.

임재정 시인 / 구두의 흐릿해진 부분들

 

 

  당신이라 불려지는 나는

  눈이고 귀이고 반짝이는 코, 나는

  입 맞출 수 없는 두 입을 가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나이고 당신인데

  그 밖의 모든 것인데

 

  우리, 언제부턴가

  그 밖의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악귀처럼 서로를 갉아 먹습니다

 

  사막을 지났고

  바다를 건넜지요 식인이 그래요, 건기엔 울었고

  목마름도 견뎠습니다 춤을 추며

  간절히 하늘에 닿기도 했지요

  사냥감이었고 사냥꾼이었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된 마지막 생, 당신

  내가 나를 부르는 이름

  온전히 갉아 먹은 뒤 드디어

  당신을 낳았습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지나온 나는 이제 지나갈 당신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임재정 시인

1963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출생. 2009년 진주가을문예 대상. 현재 '다층'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