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정 시인 / 구두의 흐릿해진 부분들
당신이라 불려지는 나는 눈이고 귀이고 반짝이는 코, 나는 입 맞출 수 없는 두 입을 가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나이고 당신인데 그 밖의 모든 것인데
우리, 언제부턴가 그 밖의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악귀처럼 서로를 갉아 먹습니다
사막을 지났고 바다를 건넜지요 식인이 그래요, 건기엔 울었고 목마름도 견뎠습니다 춤을 추며 간절히 하늘에 닿기도 했지요 사냥감이었고 사냥꾼이었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된 마지막 생, 당신 내가 나를 부르는 이름 온전히 갉아 먹은 뒤 드디어 당신을 낳았습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지나온 나는 이제 지나갈 당신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진성 시인 / 앙코르와트 (0) | 2020.06.11 |
|---|---|
| 오은 시인 / 교양인을 이해하기 위하여 (0) | 2020.06.11 |
| 김영찬 시인 / 아마데우스를 위한 후일담 (0) | 2020.06.11 |
| 김나영 시인 / 에덴의 동쪽 (0) | 2020.06.11 |
| 조혜영 시인 / 편견 외 1편 (0) | 202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