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건호 시인 / 버뮤다 SOS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더니 자욱한 비바람을 뿌린다 손 놓쳤던 조종간을 잡는 순간 시공이 혼재된 중음(中陰)계가 열린다 소리와 빛이 입체화 되면서 지난 날 뿌린 말들이 소나기와 우박으로 떨어지는 마의 구간을 통과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기류에 휘말린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회고록을 읽는 것처럼 낯익었으나 건성으로 읽어 내리던 묵시록이 우울한 안개로 피어나고 반인반수의 구름이 환청처럼 몰려와 시야를 막는다 다만, 사랑한다 간헐적으로 고백했던 말들이 넝쿨장미가 되어 실낱 같은 항로의 등불이 되지만 자욱한 안개에 시계는 제로 이런 때 누군가 나를 사랑했었노란 말 한마디 떠올리기만 해도 구름 틈 북극성이 떠올라 무사히 귀환할 수 있으리라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인숙 시인 / 비 외 7편 (0) | 2020.06.12 |
|---|---|
| 천양희 시인 / 어떤 하루 외 5편 (0) | 2020.06.12 |
| 황진성 시인 / 앙코르와트 (0) | 2020.06.11 |
| 오은 시인 / 교양인을 이해하기 위하여 (0) | 2020.06.11 |
| 임재정 시인 / 구두의 흐릿해진 부분들 (0) | 202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