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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시인 / 밤꽃 아래 서다
한낮에 누군가 총을 세워 아라비아의 깊은 밤들을 겨누고 있다 발사되지 못한 소리들 거품으로 눕는다 하얗다 공교로운 바람을 만나 흩어진다 향기를 향기라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웅성거리며 그늘 아래 모인 것들이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다친 수컷처럼 집안 구석까지 따라온 햇살 창틀에서 잘게 부서지다 참외 껍질 말리고 있다 거기 새겨진 단호한 칼질 권태처럼 배밀이 하여 눌러붙는다 바깥, 여전히 수근거린다 상관없는 말들 가득 밀려온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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