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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미라 시인 / 돌과 새의 행간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9.

박미라 시인 / 돌과 새의 행간

 

 

  그가 쓸개에서 꺼낸 붉은 돌 하나를 보여 준다

  어둠속에서 태어난 작은 돌은

  뱉어낸 지 오래인 객혈처럼 조금 적막하다

 

  이 일을 정말 그가 계획했을까

  제 몸을 조금씩 돌로 만들어, 잘게 부수어,

  은근 슬쩍 지워지고 싶었을까

 

  불붙지 않는 마그마를 품은 채 너무 오래 걸었다

  분별없이 떨구는 눈물처럼

  한 방울 담즙 따위로 무게를 덜어내는

  지상의 나날들은 참혹하거나 지루하여

 

  잔뜩 웅크린 채 돌의 시절을 부르고 있는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노을 빛깔의 날개가 돋을 것이다

 

  죽은 새처럼 보이는 저 돌을 힘껏 던지면

  던지는 쪽으로 날지 않고

  허공을 맴돌다 아무도 모르는 어떤 별로 돌아갈 것 같은데

 

  사라진 쓸개에 대하여 발설치 않을 것을 혼자 다짐하며

  문 앞에서 돌아본 병상 위에

  붉은 새 한 마리가 깃털이 빠진 자리를 더듬고 있다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부리를 가진 미기록 맹금류였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1월호 발표

 

 


 

박미라 시인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서 있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 『붉은 편지가 도착했다』, 『안개부족』과 수필집으로 『그리운 것은 곁에 있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