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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산옥 시인 / 천변에 버려진 노을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9.

김산옥 시인 / 천변에 버려진 노을

 

 

  너와는 상관없이, 저녁이 오고

  노을은 면도날 입에 물고

  서쪽하늘을 씹어댄다, 알아?

 

  너와는 상관없이, 바람이 불고

  톱날에 목을 허락한 미루나무가

  한 달째 냄새를 끄집어낸다, 알아?

 

  너와는 상관없이, 자전거가 달리고

  바구니에 담긴 개가 1초도 얻지 못하고

  까만 눈동자를 흔들어댄다, 알아?

 

  너와는 상관없이, 하루살이가 날고

  노을속으로 끌려가며 내 검은 동공에서

  탈출구를 찾는다, 알아?

 

  너와는 상관없이, 나는 천변에 나와

  아가미 터지게 노을을 채워 넣는

  눈 먼 잉어를 구경한다, 알아?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1월호 발표

 

 


 

김산옥 시인

1971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 2005년  계간 《시와반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앵무새 재우기』(북인, 2008)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