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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공석진 시인 / 대둔산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3.

공석진 시인 / 대둔산

 

 

삼선바위 기암괴석

비경에 탄성 발하노니

보아라

숨 멎는 남도 금강이여

 

하늬바람 구축하는

청운에 심신 누이려니

가거라

숨통 조이는 티끌이여

 

선녀 몸 감은

낙수에 정맥 식히려니

쉬거라

숨 가쁘게 뻗어 오던 백두여

 

깎아지른 벼랑 휘가르는

석양에 울혈 버리려니

오거라

속세 상념의 소용돌이여

 

목하 마천대 딛고

천지 덮는 운무 걷으려니

기사회생하거라

파국 답파하는 대둔이여!

 

 


 

 

공석진 시인 / 동치미

 

 

동치미는

만병을 통치하는 약이다

 

연탄가스로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생사의 갈림길에도

 

힘 겨루기로 머리 자근거려

골치 썩는 고부갈등도

 

한 사발 복용하기만 하면

위력적으로 퇴치한다

 

허구한 날 배가 고파

흙이라도 퍼먹던 시절

 

뒷간을 수시로 드나드는

원인 모를 생배 앓이도

 

뱃속 회충의 요동조차

간단히 잠재우는 약

 

당당히 약방 선반 위 자리잡아야 할

신비의 명약이다

 

 


 

 

공석진 시인 / 등산길

 

 

나를 앞서 가는 뚱뚱한 사람은

어제 어리숙한 고객을 만났는데

잘 하면 돈 좀 되겠다며

간식으로 육포를 씹으며

자기는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살이 안찔 수가 없다고

 

옆에 있는 사람은

자기가 다니는 골프연습장에

눈도장 찍은 아줌마하고

술 약속을 했는데

친구 분양해서 같이 만나자고

키득키득 웃어대고

 

내 뒤따라오는 두 사람은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정치하는 사람들

주위 동료 친구들

대충 잡아도 열대여섯 명은

세치 혀로 때려 잡았다

 

나는 앞 뒤 사람들 사이에

고립되어 느릿느릿 걷는데

나 때문에 바쁜 발걸음

걸기적댄다고 발끝 채여

오도가도 못하고 중간에 끼인

나는 그저 침묵이다

 

 


 

 

공석진 시인 / 마니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계단을 오르다

털퍼덕 주저앉아 하산을 갈등한다

중도하차는 나를 배신하는 일

 

민족정기를 도모하는

호국보훈 유월의 산행

좀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나를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강렬한 빛으로 분사하여

은총으로 분배하는 왕겨빛 태양

불끈 솟는 양지의 힘

홑이불 벗기듯 산등성 안개는

바다 건너 서쪽으로 꼬리를 감추고

 

하늘 아래 수많은 명산을 거느리는

마니산 성지 산기슭 더욱 깊어져

가슴 벅차 얼굴 벌개지도록

세상으로 등을 떠미는

한사코 불어오는 강화도 서풍

 

 


 

 

공석진 시인 / 말을 한다는 건

 

 

말을 한다는 건

한 땀 한 땀 뜨는 뜨개질과 같다

한번 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듯이

뜨개바늘 첫코를 실패한다면

마지막코에서 다시 풀어야 하듯

부질없이 기움질하지 않도록

입을 함부로 놀릴 일이 아니다

수만 년 전의 일을 증거하는

암반에 새겨진 암각화처럼

타인의 영혼에 각인되는 말이

작은 자음과 모음의 조각들로

큰 의미를 만들어 내듯

한마디 한마디 말을 한다는 건

소박한 날실과 씨실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옷 한 벌 짓는 일이다.

 

<공석진詩 '말을 하다는 건>

 

 


 

공석진 시인

1960년 경기 송탄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2007년 한류문예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양문인협회 회원. 전 시와창작작가회 회장. 연합경찰신문 논설위원. 현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 시집-1집 <너에게 쓰는 편지>. 2집 <정 그리우면>. 3집 <나는 시인입니다>. 4집 <흐린 날이 난 좋다>. 5집 <지금은 너무 늦은 처음이다>. 시화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