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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시인 / 솔로이스트
몇 해 전 땅에 묻었던 그가 꽃씨가 아니란다 찾아간 무덤 위는 잡초만 어지럽고 엉킨 마음을 뽑아도 기다리는 그는 피지 않았다 상석 위에는 봄이 몇 번 앉았다 갔는지 오래된 솔방울과 솔잎들이 말라가고 주변 아카시아 잎만 분분히 날리는,
무덤은 세상을 향해 열어놓은 그의 과묵한 입 나무들이 쪼그려 앉아 그가 하는 노래를 듣고 개울물은 중얼중얼 아랫마을로 달리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두드리고, 꽃 피지 못한 마음을 쓰다듬고, 뚫린 하늘에서 새어나온 빛들이 무덤을 감쌌지만, 그가 묻힌 바깥에서만 꽃들이 펑펑 터졌다
비몽과 사몽 사이에서도 소문은 끈질긴 잡초였다 나는 그에게 한 번이라도 꽃이었나 곧 그의 무덤 옆에 마음을 묻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면 꽃씨처럼 내가 그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걸어 나올 것이다 누군가 활짝 핀 나와 그를 꺾어 꽃병에 꽂을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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