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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세영 시인 / 새 11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4.

오세영 시인 / 새 11

 

 

  만물을 감싸 안은

  우주이거늘

  이 세상 어찌 포란(抱卵)되지 않음이 있더냐.

  계곡의 바위들도 실은 따뜻한 햇볕에

  부(孵化)를 기다리고 있는 것,

  문득 산길을 걷다 숲속 외진

  새 둥지에서

  막 알을 깨고 나와 짹짹거리는

  직박구리 한 쌍을 보았다.

  스스로 깨짐 없이 이루어지는 생명이

  이 세상 어디에 있던가.

 

  아직 엄동이지만

  엷은 햇살로도 묵묵히 체온을 덥히는

  둥지의 여린 알들,

  오늘은 그 중 한 개가 깨어 날개를 파닥거린다.

  동안거를 막 끝내고

  표연히 선방을 나서 어디론가 훨훨 날아

  사라지는

  한 마리의 새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월호 발표

 

 


 

오세영 시인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출생. 1965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1968년 同 대학 대학원서 석사학위(1971) 및 문학박사학위(1980) 받음. 196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충남대학교(1974~1981)와 단국대학교(1981~1985)에서 국문학을, 1985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현대문학(현대시)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1995~1996)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 시집으로 『시간의 뗏목』,『봄은 전쟁처럼』, 『문열어라 하늘아』, 『바람의 그림자』 등과 시선집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