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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하석 시인 / 낙엽 편지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4.

이하석 시인 / 낙엽 편지

 

 

  4대강 사업 반대 시 읽는데 낙엽들이 날아온다.

  바람 센 데, 비 뿌리고, 우레도 치는 저녁.

  목소리 높여 읽는데 낙엽들이 날아와 중앙파출소 앞 작은 광장에 쌓이고,

  천막 안으로 날아들어 행사용 음향기기 위를 긁어댄다.

  사람들의 발아래 모여들어 끊임없이 사각거린다.

  근방에 나무가 있는 모양이다.

  그 나무가 우리들의 말을 듣는지,

  저도 긴 팔 벌려 수많은 잎들 구호처럼 흔들며 여름 지나왔다고

  우리에게, 바람 우체부 편에 편지들을 보낸 것일까?

  응원 메시지라도 담겨있을까?

  시 읽는 행사장에서, 저 편지들은 글자가 없어도 늘 읽을 만한 것.

  우리 가까이 나무들이 많다면 연말 위문편지들처럼 수북수북 쌓이리라.

  우리의 삶이 흘러가는 큰 강 지키자고

  울려내는 시의 소리들도 사방으로 퍼져나가

  저 낙엽들처럼 간절하게 쌓이고 보채며 긁어댄다.

  그래, 한데 시 읽는 곳으로, 작지만, 아주 아름답게 잘 물든

  자연의 편지들이 온다.

  제 뿌리 덮듯

  우리 언 발들 덮어주러 온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1월호 발표

 

 


 

이하석 시인

1948년 경북 고령에서 출생. 197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투명한 속』 외에 다수 있음.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 등을 수상. 현재 영남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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