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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분 시인 / 초파리
유선형의 날쌘 움직임이 나타났다가 순간 사라진다 적의에 찬 양손바닥이 맞부딪칠 새도 없이 오간데 없으니 착시였나 강원도 산골에 첫얼음이 얼었다 하고 보일러를 켜둔 지 한참 됐다 피도 없는 것이니 눈물도 없을 것이 그래도 추위를 타는지 덥혀놓은 공간을 무단 점유한다 향긋한 과일 냄새와 시간에 절인 밥상머리 장아찌와 힌놈의 골짜기* 같은 쓰레기통과 물때라든가 냄새 따위가 배어있는 개수대 언저리를 맴도는 먼지 두 개만한 불온의 날개는 냄새만 맡고도 거뜬히 하루를 살고 김칫국물이라도 핥았다하면 일평생을 살까 부양 없이도 저절로 사는 두서없는 욕망 낙석이 된 유성이 말러의 “천인 교향곡”을 들으며 제 있던 곳을 가늠하는 동안 생각의 각질이 해프닝 같이 우주의 주근깨 같이 온몸이 콧구멍이고 온몸이 날개인 아바타가 빈틈에서 태어나 빈틈을 엿보며 썩어가는 두엄자리에서 목숨을 복제하는 검은 의지로 빛나는 저 것!
웹진 『시인광장』 2011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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