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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공석진 시인 / 시월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7.

공석진 시인 / 시월

 

 

여름 내내 잠복해 있던

그리움을 앓는 거겠지

고열로 단풍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물처럼 아픈 잎새

뚝뚝 떨어지는데

어쩔거야

나 하나쯤 잠시 자리를 비운들

 

사는 게 급급하여

이까짓 변화쯤

몸 사려 참지를 못하고

숨막히게 난방을 해대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낭만은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에 혼절하였다

 

붙잡지 마라

마침내 나는 떠나리

집요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빗발치는 아우성을

은행나무 밑 벤치에 앉혀 놓고

침묵으로 까맣게 채색하는

단호한 망각의 시월

 

 


 

 

공석진 시인 / 여성봉

 

 

"어머!" 부끄럼 반 난처함 반

"이야!" 신기함 반 호기심 반

애써 욕정 웃음 뒤에 감추고

한 놈도 예외 없이 뚫어져라

한곳만 바라보는 뭇남정네들

"성가시게 왜 거기 박혀서..."

주목받지 못하여 사뭇 쓸쓸한

나무가 쓰러진다

 

 


 

 

공석진 시인 / 오르지 않는 산

 

 

너무 높아서

혹은 너무 가파라서

오르지 못하는 산

인적 없는 그 산에

한 남자가 올랐답니다

 

세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도

마음 흔드는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산이 있다면

그야말로

고독하기 짝이 없는 일

 

우리는 누구나

험산 같이 외로운 존재라해도

일생을 문 걸어 잠근

산으로 사는 건

참으로 몹쓸 짓입니다

 

지금 저는

사람이 살지 않던 산에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을

먼발치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석진 시인 / 오봉

 

 

뭉근하게 끓던 사랑이

느슨해진 지각을 뚫고

세상 밖으로 치솟았다

 

우이령 넘나드는 여인

기세 눌려 외면하려니

순정을 치한 색정이라

오명뒤집어 쓴 서운함

뜨신 눈물로 쏟아지고

 

봄 곁눈질하는 길목은

하루 종일 질퍽거렸다

 

 


 

 

공석진 시인 / 오봉이 여성봉을 탐하다

 

 

양기와 음기 조화로다

낙엽옷을 입은 여성의 해진 올

가을 바람이 조금씩 당겨

하반신을 드러내누나

건장한 놈 다섯이

주위를 살피다가

서로 먼저 차지하려

풀어 헤친 낙엽 위를 헤집어

양지 바른 곳 자리를 펴다

나신이 눈 부셔 꼼짝 못하고

굳어 버렸다

 

 


 

공석진 시인

1960년 경기 송탄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2007년 한류문예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양문인협회 회원. 전 시와창작작가회 회장. 연합경찰신문 논설위원. 현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 시집-1집 <너에게 쓰는 편지>. 2집 <정 그리우면>. 3집 <나는 시인입니다>. 4집 <흐린 날이 난 좋다>. 5집 <지금은 너무 늦은 처음이다>. 시화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